베이킹에 빠졌다!
완성된 디저트는 예쁘다.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 맛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단 것은 질색이거든!
그래서 베이킹에 빠지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믹싱볼을 잡고 거품기로 온갖 재료들을 섞으며 행복하게 미소짓는 것!
이것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가 가진 베이킹 이미지였고, 나의 버킷리스트에 오래도록 자리 잡았었다.
취준하느라 해보고 싶은 것이 백만개였던 나는 베이킹을 해보고자 공채 시즌이 끝나자마자고 쿠키를 배우러 갔다.
포근하고 예쁘게 꾸며진 베이킹 스튜디오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계량하고, 섞고, 굽고, 데코하는 과정은 매우 즐거웠다.
공과대학을 졸업해서인지 베이킹에서의 각 재료들의 역할이 너무나도 궁금했던 나는 물음표 살인마처럼 선생님께 질문했던 열정 수강생이었다.
다행히도 선생님은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히 모든 것을 다 답변해주셨다.
나는 집에서도 혼자 해보리라 다짐하며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온갖 꿀팁들을 꼼꼼히 메모했고, 그렇게 5종의 쿠키를 완성했다.
포장까지 야무지게 하고 돌아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종류 별로 한입 베어물어 맛을 보았다.
'이게 왠걸... 너무 달잖아!'
너무 달아서 남자친구에게도 선뜻 선물하기 어려웠으나, 가족들과 먹으라며 10개씩 포장된 쿠키 두박스를 건넸다.
내 성의를 생각해서 내가 주는 음식들은 끝까지 먹는 남자친구조차도 몇개 못 먹길래 그냥 버리라고 했다.
입맛에 안맞아서 그런지 첫 베이킹 이후 나는 한동안 거품기를 잡지 않았다.

첫 베이킹 이후, 나는 운 좋게 원하던 기업에 입사했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던 직장도 적당히 익숙해지던 때 긴 휴가를 받게 되었다.
피서 후에도 휴가 기간이 조금 남아서 남은 시간은 좀 더 알차게 보내고자 무언가를 배우려했다.
마땅히 떠오르는건 없었으나 만들기 어렵다고 소문난 마카롱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3가지 맛을 만들거란 사전공지에 밤늦게까지 고민하였고, 그 맛을 돋보이게 해 줄 색깔도 엄선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포장해서 누구누구에게 나눠줄건지도 모두 계산해두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마카롱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짤주머니 쓰는 것도 내맘같지 않았으며, 꼬끄의 불균일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것도 다듬으려 할수록 거칠어졌다.
게다가 기대와 달리 색은 두 가지만 쓸거고 오늘 만든 일부만 집에 가져갈수 있다고 클래스 중간에 안내받고 의지가 완전히 식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게된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여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다.
또한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에 속은 니글거렸다.
(눈치를 채셨는지 나중에 일부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꼬끄를 제공해주셨다.)
이번 결과물도 마음이 가지 않아서 나는 맛만 보고 주위에 나눔했다.
그렇게 베이킹은 그냥 내 인생의 공백을 가끔씩 채워주는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내가 애정하지 않는 디저트들을 주위에 나눠주는 것은 선물이 아닌 쓰레기란 생각에 한동안은 또 거품기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두번째 베이킹 시도에도 재미가 들리지 않아서 나의 어릴적 환상과는 다르게 내 체질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생활이 힘들어 충동적으로 연차를 냈다.
막상 시간이 비게 되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이런 인생의 공백에는 베이킹이란 지난 날의 교훈으로 한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와 주위에서 모두 좋아하고 달지 않으면서도 투박한게 오히려 보기 좋은 스콘을 만들기로 했다.
3가지 종류의 스콘을 만들 수 있는 클래스를 등록했고, 재료만 들어도 이것이 엄청난 대작이 될것이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만들고 구워지는 과정에서 고소하게 나는 냄새를 맡으며 즐겁게 스콘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나와 내 주위의 모두가 좋아할 것이란 확신이 만드는 내내 나를 흥얼거리게 했다.
만든 당일에 먹는것이 가장 좋다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스콘을 바리바리 싸서 예정에 없던 남자친구를 만났다.
맛있는 스콘을 만들었다는 자신감에 남자친구에게 스콘 두박스를 건넸으나, 이전의 시행착오로 인해 약간의 의기소침함이 있던 나는 먹는데까지만 먹고 버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가던 지하철에서 남자친구가 스콘이 불티나게 팔려서 모두가 맛있게 먹었으며 무화과 스콘이 으뜸이었다고 톡을 보내왔다.
나는 그 순간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뿌듯함을 느꼈다.
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아빠에게도 종류별로 한입씩 맛보게 했고, 무화과 스콘을 극찬하는 아빠의 모습에 기가 살아났다.
나보다 단걸 싫어하는 엄마도 꽤나 곧잘 먹었다.
모두가 나에게 금손이라고 극찬하였으나 나는 알고있다.
이것은 클래스에서 만든 것.
나 혼자 100% 만든 것이 아니기에 나의 온전한 실력이 아니란 것.
그래서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가 한 다짐은
22년에는 나 혼자 베이킹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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