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이 많이 습하고 흐리다가 점심부터는 비가 쏟아지듯 내렸다.
통유리로 되어있고 주위엔 숲 뿐인 회사 건물에서 쏟아지는 비를 구경하고 있자니, 내가 식물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습한 기운이 사무실까지 들어오는데다가 직장상사에게 혼도 나서 기분도 좀 쳐졌다.
그래도 오늘은 친구 P양이 나의 자취방으로 놀러와서 함께 월남쌈 밀키트를 먹는 날이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P양은 성인이 되고 타 지역으로 이사 갔는데, 내가 이후 P양 동네에 자리잡으며 동네친구가 되었다.)
그래, 이런 작은 일에 기분이 상해서 쓰겠나! 대충 마무리 하고 P양이랑 놀아야지!
집에 도착하고 간단한 청소와 함께 요리를 시작했다.
약 30분동안 과일과 야채를 씻고 새우와 고기를 구운 후 셋팅까지 완료했다.
무려 P양이 출발해서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나서 간편함에 새삼 놀랐다.
만약 밀키트 없이 월남쌈을 준비해야했다면, 종류별로 재료를 사고 남아서 처치 곤란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아래와 같이 그럴듯한 상이 완성되었다!
P양은 보자마자 우와~하며 감탄을 했다.
제품은 애슐리 쉐프박스 쉬림프 불고기 월남쌈이다. (약 14,000원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내돈내산)

P양은 다행히도 맛있게 먹었고, 나 또한 간편하게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P양은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에서 사온 디저트들을 꺼냈다.
달달한 빵들을 먹으며 어느새 나는 오늘 기분이 상했던 날이란 것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선물이라며 러시아산 당근크림을 건넸다.
당근행성 토끼박사에게 당근크림을 선물하다니, 제법 센스있는 걸?

한참 수다를 떨다가 P양이 바쁜 사람이란 것을 떠올렸고, P양이 현재 준비중인 기업 제출용 자소서를 함께 검토했다.
잠시 훑어보니 솔직히 P양의 자소서는 매우 훌륭했다. 스펙 자체가 매우 훌륭했기 때문일까?
P양이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임이 잘 드러나있었고, 또 적극적인 태도와 성과는 P양의 경력과 대외활동이 증명했다.
다소 지치고 우울한 상태인 P양에게 진심 100%의 칭찬을 해주었다.
다만, 내가 취업 준비 기간이 꽤 길었기에 고생중인 P양이 안쓰러웠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열과 성을 다해 늦게까지 자소서를 수정했다.
나의 코멘트들이 제법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수정을 마친 P양은 후련하다며 나가서 맥주 두캔과 아몬드를 사왔다.

특유의 맑은 맛이 느껴지는 맥주캔을 따고 건배 후 P양이 함께 사온 견과류 과자를 오도독 먹으며 뒤풀이를 했다.
취준 선배로써 조언과 위로, 고등학교 때의 추억이야기,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근황 등 이야기를 나누며 아련함에 빠졌다.
가장 핫했던 이야기는 쌍커풀 수술한 친구들의 수를 세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지.
(나는 그동안 쌍커풀 수술, 눈썹 문신, 눈밑 지방 재배치, 교정, 두피 문신 등을 하며 외모에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였다.)
그렇게 P양은 맥주가 바닥을 드러내고 자정이 지날 때 쯤 나에게 많은 아쉬움과 행복함을 남기며 본가로 돌아갔다.
동네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개같은 하루의 시작을 너무나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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